10년 이상 경력의 두 개발자가 있었다.
한 명은 세심하고 이것 저것 따져가며 일하고,
또 한 명은 바보스러우리 만치 둔하고 자기 중심적인 개발자였다.
세심한 친구는 문서를 잘 챙기고 관리에 능하지만 개발 실력은 조금 부족했다.
다소 둔한 친구는 관리보다는 개발에 능했다.
세심한 친구는 멀리서 다른 사람들이 주고 받는 대화도 들을 만큼 주변 환경에 민감했고,
둔한 친구는 자신 외에는 관심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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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심한 친구는 남에게 질문하거나 도움 받는 것을 피해를 준다고 생각하는지,
매우 조심하고 정중하게 이야기 하는 대신, 자신이 도와 줄 때는 다소 심하게 말하기도 했다.
둔한 친구는 자신이 조금해보고 할 수 없다고 여겨지면 남의(주로 나) 일도 못할 만큼 도움을 요청하고 괴롭혔다.
도와 줄 때는 뿌듯해 하는 것이 느껴졌다.
세심한 친구는 PM을 하면 직원들을 잘 챙겼지만 작성한 코드에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둔한 친구는 프로젝트 중에 자신은 휴가를 가면서, 문제가 터지자 휴가간 개발자를 복귀 시키기도 했다.
세심한 친구는 논리적으로 설명하며 직장 상사에게도 대들다가, 결정 나면 자신의 마음과 달라도 조용이 투덜거리면서 조용히 있었다.
둔한 친구는 자신이 이해하지 못하면 계속 질문하고 대들었다.
심지어 어떤 일로 사장이 자신을 무시한다는 생각이 들자 항의 메일을 보내기도 했다.
나와 코드 구현 방식에 대하여 이야기 하다 격해진 적도 많았다.
둔한 친구는 별로 어울리는 직원이 없었고, 조용이 있다보니 회의시간만 되면 졸았다.
세심한 친구는 둔한 친구를 미워했고, 공개적인 자리에서 망신을 주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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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사람에 대한 직원들의 평가는 극명했고,
어느 날 사장님과 잡담 중에 두 사람에 대한 논쟁이 생겼다.
사장님이 둔한 친구에 대하여 안 좋은 감정을 그대로 표현했고, 나는 반대의견을 제시하였다.
나에게 세심한 친구나 둔한 친구나 둘 다 똑 같은 나쁜 직원이라는 말에 놀라워했다.
세심한 친구는 자신이 이로운 위치에 있다고 생각할 경우 행동이 매우 거칠고 안하무인이고,
일을 시키려고 해도 자신의 모든 상황을 따지고 거부하기도 하며,
때로는 일을 받는 게 아닌 도와 준다는 개념으로 행동하려 드는 단점이 있었다.
둔한 친구는 투덜대기는 해도 시키는 일을 모두 조용이 처리했다.
쉽게 일을 받다 보니 한동안 대부분의 외부 프로젝트는 둔한 친구가,
내부 관리는 세심한 친구가 처리 하는 식으로 다소 불공평하게 운영되었다.
사장님이 둔한 친구는 혼자 따로 논다고 지적했다.
세심한 친구는 부하 직원들을 잘 가르치기도 하지만 윽박지르고 잔소리도 심하다고 이야기 했다.
둔한 친구처럼 친화력이 떨어지는 건 어쩔 수 없는 개인적인 부분이라고 이야기 했다.
PM을 하면서 혼자만 휴가간 것은 자신이 팀장이 아닌데 같이한 직원에게 맘대로 휴가 가라고 말하기 어려웠고,
생색용 말은 하기 싫어서였던 것이라고 했다.
휴가자를 복귀시킨 것은 사고친 당사자이고, 자신이 모르는 부분이라 어쩔 수 없었다고 했다.
일 시키기 힘들고 각자의 방식으로 나를 대하며, 나를 힘들게 하는 두 직원 모두
나에게는 나쁜 직원이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회사 사정이 안 좋아 지면서, 둔한 친구는 구조조정 대상으로 회사를 떠났다.
말렸지만 되돌릴 수 없었고, 떠나는 둔한 친구를 배웅하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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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1년이 흘렀고
둔한 친구는 제법 괜찮은 회사를 잘 골라서 좋은 조건으로 직장 생활을 시작했다.
여기서 미움받는 것보다 새로 시작하는 것이 좋다는 생각과
그 친구 경력으로 좋은 회사에 갈 수 있다는 확신(취업 사이트를 검색해 봤다.)이 있어서 찬성했지만
남아 있는 사람이 힘들 거라는 걱정 때문에 반대도 했었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면서 걱정은 현실이 되었다.
둘이 나눠서 하던 PM을 세심한 친구 혼자서 하고, 늘어나는 외부 프로젝트에 짜증내는 빈도가 늘기 시작했다.
세심한 친구는 자신이 여유롭게 할 수 있는 만큼만 하는 직원이라 나에게 일이 오기 시작했다.
둔한 친구가 실력이 부족해서 항상 물어본다고 생각한 다른 개발자가,
실제로는 일을 못해서 물어봤다는 것을 조금은 알게 된 것 같았다.
그리고, 여러 가지 이유가 있었지만 오랜만에 프로젝트 개발 일정에 지연이 생겼다.
둔한 친구가 나간 뒤, 프로그램 구현 방법과 관련한 논쟁을 해 보지 못했다.
자신이 이해하지 못하면 이해할 때까지 질문하던 사람이 사라지니 논쟁을 벌일 이유가 없어졌다.
업무 중에 논쟁하던 우리 모습을 보며 사이가 안 좋다고 생각할 만큼 짜증나게 이야기 했었다.
회사 생활을 하다 보면 경쟁하기도 하고 미워하기도 한다.
하지만 두 마리의 소 이야기처럼 누가 더 일을 잘한다고 평가할 필요도, 미워할 필요도 없다고 생각한다.
다양한 사람이 다양한 능력을 잘 어울려서 자신들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조직이 회사라고 생각한다.
나와 다른 것은 나쁜 것이 아니고 그냥 다른 것이고,
두 사람은 성격이 다른 것 뿐이었다고 생각한다.
(두 마리 소의 이야기는 단점 지적에 대한 우화로 이야기가 단순하다.
좀 더 깊게 따지고 보면 좀 더 잘한 소가 많이 먹을 수도 있고,
조금 부족한 소가 젊은 때는 잘했지만 나이가 들었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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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적 많은 사람을 배척했던 경험이 지금은 마음 한켠에 무겁게 남아 있다.
내 눈에 가시 같다고 가시 뽑듯이 미운 사람을 치우면 속이 시원할 것 같았지만,
그 사람의 빈자리는 어떤 형태로든 누군가가 감당할 몫이 되었다.
배척 했다고 이긴것이 아니고,
배척 당했다고 무조건 무능하거나 잘못 된 것도 아니였다.
언젠가 이 말을 세심한 친구에게 해주고 싶지만 그 친구는 동의하지 않을 것이다.
(며칠전 낮에 둔한 친구가 잘 지낸다는 말을 세심한 친구가 들을 수 있도록 다른 사람에게 말했다.)
둔한 친구와 추석 안부 인사를 하고나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