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틀스타 갤럭티카(Battlestar Galactica)라는 미국 SF 드라마를 약 10년만에 다시 보기 시작했다.

Flight of The Phoenix (시즌 2, 에피소드9)을 보던 중에

드라마 내용이 직장 생활과 겹쳐지며 이런 저런 생각이 들기 시작해서 몇 가지 정리하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Flight of The Phoenix에서는 오랫동안 강력한 적(Cylon)을 피해 도망 다니는 반복되는 삶이 그려지는데,

지친 병사들은 서로에게 도전적인 태도를 취하게 된다.

오래된 장비들은 자꾸 문제를 일으키고, 서로를 탓하며 짜증내는 가운데, 이러한 태도는 상관에게도 망설임이 없어진다.

그러던 중 갑판장 (Chief)은 자신에게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고, 해결 방법을 찾던 중에 새로운 비행체 제작을 시작한다.

처음에는 모두 부정적이라 업무 시간 이후에 혼자서 시작한다.

당연하지만 여러 어려움을, 여러 사람들이 참여하면서 새로운 비행체를 완성하고 갈등을 풀어간다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서로가 서로를 도전적으로 대하는 모습에,

그리고 그 모습을 (강력한 적에 대항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참고 대해야 하는 모습에 직장 생활이 겹쳐졌다.

같은 자리, 같은 사람, 같은 일…

5년, 10년 반복되는 직장 생활이 그대로 표현된 것 같았다.

서로의 이해 관계에 의해 떠나지 못하는 자와 떠나 보내지 못하는 모습이 똑같아 보였다.


다른 점은 문제의 해결 방법인 것 같다.

드라마에서는 우주에서 다른 곳으로 갈 데가 없지만, 현실에서는 퇴사를 하는 경우가 대부분 일 것이다.

드라마에서는 퇴사 없이 해결하는 방법으로 새로운 프로젝트의 시작을 제시하였다.

모든 것이 익숙하고 오랜 된 것에, 무엇인가를 새로운 것이 만들어 진다는 것이 활력이 될 것 같다.

SW 개발 업종에서는 보다 도전적인 내부 프로젝트 참여나, 개인적으로 진행하는 개발 프로젝트가 지친 직장생활에 활력이 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SW 개발자는 고객이나 직장 상사의 지시에 의해 개발을 하는 을의 입장인 경우가 많다.

자신이 생각하고 자신이 자신에게 지시하는 개인 프로젝트가 오랜 직장 생활(Flight of The Phoenix)을 유지할 수 있는 방법 중 하나가 아닐까 싶다.

누군가 같이 하면 더 좋을 것이고, 그것이 오픈 소스를 하는 의미 중 하나가 아닐까 한다.


Flight of The Phoenix이 자신의 임무에 충실한 직원들의 이야기라면,

이후의 에피소드(ep 10 이후)에서는 말 안 듣는 부하들 이야기가 많이 나온다.

아폴로와 스타벅이 대표적이다.

상명하복을 중시한다는 군대에서 두 사람은 드라마 내내 상관을 무시하고, 상관과 싸운다.

하지만 아이러니 하게도 가장 유능한 조종사로 그려진다.

상관인 제독의 명령에 따르지 않고 단독으로 움직여 부활선의 존재와 같은 중요한 정보를 얻기도 하고 (Resurrection Ship, ep 11),

페가수스 함장의 잘못된 판단을 막기 위해 고군분투 한다 (The Captain's Hand, ep 17).

(The Captain's Hand는 유능한 엔지니어가 별도의 교육 없이 리더가 되면 조직을 말아 먹을 수 있다는 교훈을 주는 것 같다.)


회사에서도 유능한 직원일수록 상사의 말을 잘 안 듣는다.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일을 하기 때문으로, 불평도 많고 말도 많다.

주어진 일에 대하여 납득이 되지 않으면 일을 하지 않기도 한다.

이들이 상사가 되면 현실에서는 엄청난 고통이 따르기도 한다.

영화나 현실이나 모두들 조직의 목적을 위해 움직이는 것으로 협력하는 방법을 찾는 것이 중요하고 해결 방법은 없어 보인다.

그냥 자신들의 길을 가면서 충돌하기도 하고 협력하기도 할 뿐…


다만, 스타벅은 자신이 상관에게 했던 행동을 그대로 돌려받는다.

술 주정뱅이 부함장이라며 무시하고 따르지 않았던 스타벅은,

자신이 리더가 된 후 갈등하는 상황에서 부하에게서 주정뱅이니 무능력자니 하는 말을 들으며 무시 받는다 (scar, ep 15).

흔하지 않지만 직장생활에서 종종 보던 장면이고, 직접 당해본 장면이다.

적(scar)을 잡기 위해 부하에게 기회를 제공하는 장면에서는,

제아무리 뛰어난 능력의 상관이라도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는 부하 직원을 밀어줘야 하는 것이 상관이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외에도 부드러운 리더쉽의 윌리엄 아다마 함장, 꼰대 스타일의 사울 타이 부함장, 독선적인 헬레나 케인 제독, 자신 만을 위해 사는 가이우스 발타 등

다양한 캐릭터가 모두 때로는 실수하고, 때로는 싸우고, 때로는 도우면서 드라마가 진행되어 간다.

다양한 캐릭터가 모두 때로는 실수하고, 때로는 싸우고, 때로는 도우면서 직장 생활이 진행되어 간다.

자기 중심적인 가이우스 발타만 대부분 악역을 하지만, 살기 위해서 때로는 로슬린 대통령을 살리는 일을 하기도 한다 (ep 13).



팀장과의 관계가 힘들어 부서 변경을 한 직원 때문인지,

갈등 속에 자신의 발전을 위해 이직하는 직원 때문인지,

이렇게 우주를 배경으로 하는 SF 드라마가 직장 생활을 표현 한 것 같다 (특히 시즌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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